현업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질문이 생겼다.
“이 콘텐츠가 AI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AI에게 묻고, AI가 답을 골라준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 닿기 전에, AI라는 새로운 문지기를 먼저 통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 제로클릭이란 뭔가
검색 결과를 클릭하지 않아도 답을 얻는 경험이다. 구글 AI 오버뷰, 클로드, 챗GPT 등 AI가 여러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미리 읽고 요약해서 바로 답해준다. 사용자는 출처 링크를 클릭할 이유가 없다.
마케터 입장에선 공포스러운 변화다. 열심히 만든 콘텐츠가 AI의 답변 재료로 유용하게 쓰이고 사라질 뿐, 정작 우리 사이트로의 트래픽은 오지 않기 때문이다.
■ 단어에서 문단으로
기존 SEO는 ‘단어’ 싸움이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칼로리”라는 키워드를 밀도 있게 최적화하면 검색 상단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생성형 AI 엔진은 다르다. 이들은 문맥을 이해하며 최소 ‘문단’ 단위로 콘텐츠를 인식한다. AI가 판단하기에 신뢰할 수 있고 바로 인용할 수 있는 명확한 인과관계의 문장, FAQ 구조, 상품의 본질적 속성을 담은 요약 정보가 있어야만 선택받는다.
단순한 키워드 반복이 아니라, AI에 대한 ‘답변 가능성‘이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이제는 AI가 내 콘텐츠를 기꺼이 인용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 브랜드 전략도 이원화된다
이에 따라 마케팅 메시지 전략도 진화해야 한다. 제품의 기능과 스펙을 알리는 영역에서는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AI가 오차 없이 인식할 수 있는 구조화된 팩트와 명확한 정의가 훨씬 중요해졌다. AI는 감성이 아니라 데이터와 팩트를 기반으로 답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생성형 AI로 광고를 만들었을 때 대중으로부터 "기술은 놀랍지만 브랜드 고유의 감동이 없다"는 평을 받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AI는 정보를 조합하는 데 탁월하지만, 인간을 움직이는 고유의 맥락까지 스스로 창조하진 못한다. 따라서 마케터는 AI에게 제공할 '정확한 팩트 데이터'와 인간에게 전달할 '감성적 서사'를 정교하게 분리해 설계해야 한다.
■ 마케터에게 남겨진 것
AI가 정보를 처리하고 요약하는 문지기 역할을 독점한다면, 마케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 AI가 탐내는 가장 신뢰도 높은 원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
둘째,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 고유의 맥락과 오프라인 스토리텔링을 구축하는 것.
마지막으로, AI의 추천 메커니즘을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타이핑해 찾아오게 만드는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것이다.
💡 주씨 생각
일하면서 느낀 건, 채널과 도구는 계속 바뀌었지만 본질은 언제나 같았다는 점이다.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 이제 그 선택의 길목 앞에 'AI'라는 고도화된 중간 단계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
과거 플랫폼 리터러시를 이야기할 때 강조했듯, 중개자의 형태가 진화한 것이지 중개자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다. AI라는 영리한 문지기를 설득할 수 있는 마케터가, 결국 그 뒤에 있는 최종 소비자도 설득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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